축하합니다! 이제 막 첫 번째 행성을 폐기했습니다. 다음은 어느 것으로 할까요? 아 참, 지금 막 깨어나셨죠? 그러니까 성함이... 네? 그딴 건 됐고 설명이나 해달라고요? 하하하, 이번에는 성격이 화끈하신 분이라 기분이 좋네요. 네네, 그만 웃을게요. 하지만 너무 기쁜 걸요? 저는 당신을 몇 년 동안이나 기다렸거든요. 어쨌든 말씀드릴게요. 여기는 보시다시피 ‘방’이에요. 지금 제 옆에 있는 공간이 행성폐기창이고, 저쪽은 시간봉인창이에요. 음, 들어가는 건 비추. 아마 지독하게 괴로울 거예요. 뭐가 있냐고요? 궁금하면 직접 가보세요. 괴로울 거라면서 왜 가라고 하느냐고요? 그거야... 궁금하다면서요? 그럼 부딪혀보셔야죠. 하하! 한 가지 힌트를 드리면요, 당신은 저 문을 통해 들어왔어요. 이 ‘방’으로요.
저는 행성을 폐기하는 일을 합니다. 행성청소부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그럼 당신은 누구냐고요? 으음... 창조주라고 생각하면 돼요. 당신이 그 세...계를 만들었어요.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든 말이죠. 아무튼 그래서 말인데요, 다음 행성은 어떤 식으로 만들면 좋을까요? ‘잭 애스’스러운 막장 코미디? 아니면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감동적인 드라마를 위한 전쟁물? 사실 저는 이번에 강렬한 동화 한편을 만들고 싶어요. 절대자를 두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을 마음대로 다루고, 원한다면 대학살도 감행할 수 있는 거죠! 게다가 역사가 거듭될수록 그 절대자도 환생하는 시스템으로. 너무 잔인하지 않느냐고요? 에이, 이 정도는 저번 행성에서 있었던 일보다는 낫죠...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그건 말할 수 없어요. 행성폐기법 제 1조에 어긋나거든요. 그럼 이제 세 번째 행성을 시작해도 될까요?
“응, 그렇게 해.”
“오, 역시 화끈하셔서 좋네요. 그럼 세 번째 행성을 위해 두 번째 행성 폐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이쪽 행성폐기창에 서주시겠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아이 참, 방금 ‘그렇게 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방금 대답은 시간봉인창에 저장됐다고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그럼 시간봉인창에 가보세요. 금방 알게 되실거예요.”
나는 행성청소부의 말을 듣고 시간봉인창을 열었다. 그런데 거기엔 내가 살았던 지구라는 행성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살았던 곳이 사라지는 건가, 싶은 순간. 갑자기 지구가 움직였다. 아니다. 지구는 내가 움직이는 방향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뛰자, 지구에 지진이 일어났다. 내가 기침을 하자, 지구에 태풍이 일어났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가 지구였다.
“하하하하!! 다시 봐도 당신이 당신을 자각하는 순간은 너무 웃겨요. 가끔 시간봉인창에서 그 모습들을 혼자 돌려보곤 해요. 아무튼 이제 두 번째 지구를 폐기하겠습니다.”
행성청소부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간봉인창의 문이 닫혔고, 방 전체가 사라져갔다. 내가 부서진다. 지구가 무너진다. 행성폐기는 반대쪽에서 한다고 해놓고는... 그 말까지 거짓말이었다.
<환생>, 끝.
“오, 역시 화끈하셔서 좋네요. 그럼 세 번째 행성을 위해 두 번째 행성 폐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이쪽 행성폐기창에 서주시겠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아이 참, 방금 ‘그렇게 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방금 대답은 시간봉인창에 저장됐다고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그럼 시간봉인창에 가보세요. 금방 알게 되실거예요.”
나는 행성청소부의 말을 듣고 시간봉인창을 열었다. 그런데 거기엔 내가 살았던 지구라는 행성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살았던 곳이 사라지는 건가, 싶은 순간. 갑자기 지구가 움직였다. 아니다. 지구는 내가 움직이는 방향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뛰자, 지구에 지진이 일어났다. 내가 기침을 하자, 지구에 태풍이 일어났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가 지구였다.
“하하하하!! 다시 봐도 당신이 당신을 자각하는 순간은 너무 웃겨요. 가끔 시간봉인창에서 그 모습들을 혼자 돌려보곤 해요. 아무튼 이제 두 번째 지구를 폐기하겠습니다.”
행성청소부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간봉인창의 문이 닫혔고, 방 전체가 사라져갔다. 내가 부서진다. 지구가 무너진다. 행성폐기는 반대쪽에서 한다고 해놓고는... 그 말까지 거짓말이었다.
<환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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